나이키와 아디다스의 기술 전쟁, 마라톤의 고결함을 흔드는 소재의 혁명

2026-05-08

d3f7a623ef02c.jpg출처: 국민일보

2026년 4월의 런던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인류의 생체 역학과 소재 공학이 결합한 거대한 실험실과 같았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하며 전광판에 새겨진 1시간 59분 30초라는 숫자는 수천 년간 지속된 인간의 육체적 한계론을 단숨에 무너뜨린 상징적 지표입니다. 사바스티안 사웨가 기록한 이 경이로운 시간은 단순히 한 선수의 질주가 아닌, 대기를 가르는 저항과 지면을 차고 나가는 탄성의 물리적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기록의 이면에는 마라톤의 고유한 본질과 거대 자본의 기술력이 충돌하고 화해하는 복잡한 메커니즘이 숨어 있습니다.



abf039394f2c3.jpg출처: History.com

인간 한계에 대한 경외, 마라톤의 본질과 기술의 개입

마라톤은 기원전부터 인간의 순수한 육체적 인내와 정신적 투지를 시험하는 고결한 종목으로 추앙받아 왔습니다. 42.195km라는 정해진 거리를 오로지 자신의 두 발로 버텨내는 이 행위의 본질은 ‘고통의 극복’과 ‘인간 존엄의 증명’에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마라톤은 더 이상 날것의 육체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스포츠 브랜드들은 이 고결한 투쟁의 과정에 ‘효율’이라는 기술적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습니다. 선수가 느끼는 지면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근육의 피로를 지연시키며, 낭비되는 에너지를 추진력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기술은 마라톤의 본질을 '인내의 영역'에서 '최적화의 영역'으로 이동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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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unRepeat

나이키의 반발력과 아디다스의 경량화

러닝화 시장의 두 거함인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마라톤의 난제를 풀기 위해 서로 다른 기술적 해법을 제시해 왔습니다. 나이키가 주도한 지난 10년은 '탄성 복원력'의 시대였습니다. 미드솔 내부에 삽입된 카본 플레이트와 고반발 폼인 ZoomX의 결합은 지면을 밟는 즉시 선수를 앞으로 튕겨 보내는 ‘스프링’과 같은 물리적 이득을 제공했습니다. 

반면, 아디다스는 이번 런던 마라톤을 통해 '경량화의 극한'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던졌습니다. 270mm 기준 단 97g에 불과한 질량은 선수가 다리를 들어 올릴 때마다 소모되는 산소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아껴줍니다. 나이키가 추진력을 더하는 방식이라면, 아디다스는 저항을 소멸시키는 방식을 택한 셈입니다. 이 기술적 대립은 결국 선수의 주법과 신체 조건에 최적화된 장비를 선택하는 새로운 전략적 문화를 형성했습니다.



caff343b53fe5.jpg출처: currex

고유의 리듬을 존중하는 기술, 주법의 다양성과 개인화

마라톤의 세계에는 흔히 발뒤꿈치부터 닿는 리어풋(Rear-foot), 중간으로 내려앉는 미드풋(Mid-foot), 앞부분을 먼저 사용하는 포어풋(Fore-foot)이라는 세 가지 문법이 존재합니다. 한때 스포츠 과학은 특정 주법이 기록 단축의 유일한 정답인 양 조명하기도 했지만, 최근의 연구와 해외 미디어의 분석은 전혀 다른 결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각 주법은 단지 충격을 흡수하고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 절대적으로 우월한 방식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리어풋은 무릎에, 포어풋은 종아리와 아킬레스건에 각각 다른 부하를 나누어 줄 뿐입니다.

현대의 슈퍼 슈즈가 지향하는 진정한 혁신은 사용자의 고유한 주법을 인위적으로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착지하더라도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범용적 최적화’에 있습니다. 97g의 가벼움과 정교한 곡선의 로커 시스템은 뒤꿈치로 착지하는 러너에게는 부드러운 구름성을, 앞발로 치고 나가는 러너에게는 즉각적인 탄성을 제공합니다. 결국 기술의 진보는 선수에게 특정 주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신체적 리듬을 온전히 유지하면서도 한계를 넘설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유연한 조력자가 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주법을 찾는 여정이야말로 마라톤이라는 플레이의 본질이며, 기술은 그 탐색의 과정을 안전하고 즐겁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구분리어풋 (Rearfoot / Heel Strike)미드풋 (Midfoot Strike)포어풋 (Forefoot Strike)
착지
부위
발뒤꿈치부터발바닥 전체 또는 중간발가락 뿌리(앞부분)부터
주요
특징
가장 대중적이고 자연스러운 주법충격 분산이 효율적인 중도적 주법스프린트 및 고속 주행에 유리
장점발목·아킬레스건 부담 적음, 에너지 효율 우수무릎과 발목 충격 분산, 부상 예방에 효과적접지 시간 최소화, 추진력 극대화
단점
무릎·고관절에 충격 전달, 제동 걸림숙련도 필요, 종아리 근육 피로도 증가
종아리·아킬레스건 부하 매우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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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스포츠의 미래와 기술 도핑의 경계선

기록의 단축은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내지만, 한편으로는 마라톤이 ‘장비의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습니다. 특정 브랜드의 신발을 신지 못하면 메달권에서 멀어진다는 '장비 불평등'의 문제는 이미 현실화되었습니다. 

세계육상연맹이 신발의 굽 높이를 40mm 이내로 제한하고 탄소판 개수를 규제하는 것은, 마라톤의 본질인 ‘인간의 순수한 노력’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입니다. 기술이 인간의 노력을 완전히 대체하는 순간 마라톤은 스포츠로서의 생명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기술 경쟁은 선수의 잠재력을 억누르는 물리적 저항을 걷어내는 보조적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도덕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Editor's Note

119분 30초라는 대기록은 인간의 의지와 자본의 기술력이 충돌하며 빚어낸 현대판 연금술의 결과물입니다. 97g의 질량이 선사한 추진력은 마라톤을 기록의 스포츠에서 소재의 과학으로 완벽히 변모시켰습니다. 

이번 런던 마라톤에서 사바스티안 사웨가 경신한 세계 기록의 단축 폭인 65초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투입된 수조 원의 연구 개발비와 선수들의 혈투는 결국 '인간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플랫폼의 답변이기도 합니다.

기술이 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이 온전히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물리적 저항을 걷어내는 과정. 그것이 바로 우리가 열광하는 '플레이'의 본질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계해야 합니다. 기술이 제공하는 달콤한 추진력 뒤에 숨은 마라톤의 투박한 본질, 즉 고통을 견디는 인간의 숭고한 정신이 희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런던의 아스팔트 위에서 증명된 이 기술적 승리가 전 세계 러너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도구는 진화하지만, 그 도구를 통해 한계를 넘어서는 주체는 여전히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인간'이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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