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길어질까? '더 뉴 그랜저'가 굳이 전장을 15mm 늘린 진짜 이유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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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mm, 단순한 수치 이상의 공간적 설계

현대자동차가 7세대 그랜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그랜저’를 공개하며 내놓은 사양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숫자는 전장 5,050mm입니다. 기존 모델 대비 15mm가 늘어난 수치입니다. 자동차 설계에서 1cm 남짓한 변화는 일반적인 탑승객이 실내 거주성에서 체감하기엔 미미한 수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과 공학의 접점에서 이 15mm는 차량의 전체적인 ‘비례(Proportion)’를 완전히 재구성하는 핵심 열쇠로 작동합니다.

흔히 대형 세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정감과 권위입니다. 이를 결정짓는 것은 차체의 절대적인 크기보다, 앞바퀴 중심부터 차체 끝까지의 거리인 ‘오버행’과 루프 라인이 떨어지는 각도의 조화입니다. 더 뉴 그랜저는 이 15mm를 전면부 디자인을 새로 짜는 데 집중적으로 할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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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크 노즈’를 완성하기 위한 필연적인 연장

이번 모델 디자인의 핵심인 ‘샤크 노즈(Shark Nose)’ 형상은 후드(본닛) 끝단을 낮게 누르면서 앞으로 길게 돌출시킨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상어의 코처럼 날카롭게 뻗어 나가는 이 라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전장 데이터를 유지한 채 코 끝만 날카롭게 세웠다면 전체적인 측면 비례가 깨져 차가 앞으로 쏠려 보였을 것입니다.

현대차 디자인 팀은 전장을 15mm 늘림으로써, 전면부 램프와 그릴이 차지하는 면적에 입체감을 부여할 충분한 여유를 확보했습니다. 덕분에 측면에서 바라본 그랜저는 정지해 있을 때조차 공기를 가르며 나아가는 듯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차를 크게 보이게 하려는 과시가 아니라, 선의 날카로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학적 결단인 셈입니다.



선의 연속성을 위한 디테일의 재배치

전면부의 인상을 결정짓는 또 다른 요소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입니다. 기존보다 더 얇아진 이 램프는 베젤을 극단적으로 줄여 하나의 매끄러운 선으로 연결됩니다. 이 수평적인 선은 차체를 더 넓어 보이게 만드는 시각적 장치인데, 전장이 늘어나면서 확보된 측면 펜더의 여유 공간에 새로운 ‘사이드 리피터’를 배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적용된 사이드 리피터는 전면 램프에서 시작된 빛의 서사가 측면을 거쳐 후면까지 단절 없이 이어지도록 돕습니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파티션 라인(부품 간 경계선)’을 지워나가는 것은 세련미를 결정짓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5,050mm의 차체 위에서 구현된 이 연속적인 선들은 더 뉴 그랜저를 하나의 매끄러운 금속 덩어리처럼 보이게 하며, 기존 대형 세단이 가졌던 정적인 무게감을 걷어내고 역동적인 실루엣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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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의 미학: 디지털 표면 위에 얹힌 아날로그의 깊이

외장 컬러 전략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새롭게 추가된 ‘아티스널 버건디’는 한국 전통 공예인 ‘옻칠’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옻칠은 인내의 미학입니다. 여러 번 덧바르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할수록 색은 깊어지고 빛의 투과율에 따라 미묘한 층위가 생깁니다.

현대차는 이 아날로그적인 질감을 현대적인 도장 기술로 재현했습니다. 금속 표면 위에 구현된 버건디 컬러는 단순히 붉은색이나 보라색으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주변 광원의 성격에 따라 깊은 수심처럼 어두워졌다가도, 직사광선 아래서는 선명한 입체감을 드러냅니다. 이는 기술적 진보를 넘어 자동차라는 공산품에 공예적 가치를 투영하여, 사용자에게 시각적인 ‘유희’를 제공하려는 디자인적 실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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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버튼을 지우고 확보한 ‘여백의 미’

실내 공간은 외관의 역동성과 대조적으로 극도의 정적인 평온함을 지향합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AAOS) 기반 ‘플레오스 커넥트’와 1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사용자의 손길이 닿는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가장 파격적인 선택은 ‘전동식 에어벤트’의 도입입니다. 기존에는 풍량과 풍향을 조절하기 위해 송풍구마다 물리적인 레버가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더 뉴 그랜저는 이 레버를 과감히 삭제하고 모든 제어 권한을 17인치 디스플레이 안으로 통합했습니다. 조절 장치가 사라진 대시보드는 가로 방향의 여백이 극대화되었고, 공기 토출구는 얇은 선의 형태로 숨겨졌습니다.

이러한 ‘삭제를 통한 미학’은 시각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여 운전자가 오로지 주행과 공간의 안락함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물리적인 버튼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정교한 가죽 패턴과 은은한 간접 조명, 그리고 디지털 인터페이스가 주는 직관적인 편리함입니다.



빛의 통제권: 스마트 비전 루프의 새로운 개방감

천장에 적용된 ‘스마트 비전 루프’는 실내 거주성을 조절하는 또 다른 방식입니다. 기존의 롤러 블라인드 방식이 아닌, 투과율 조절 필름을 사용해 전동으로 루프를 투명하거나 불투명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영역 분할 제어에 있습니다. 앞좌석과 뒷좌석의 요구가 다를 때, 루프의 투명도를 부분적으로 조절하여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거나 개방감을 즐길 수 있게 합니다. 또한 기존 모델 대비 개구부 면적을 넓혀, 차 안에 앉아 있을 때 느껴지는 심리적 공간감을 실제 수치 이상으로 확장했습니다. 이는 플래그십 세단이 지향해야 할 거주 편의성이 단순히 넓은 무릎 공간에 머물지 않고, 시각적인 해방감으로 이어져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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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5개월의 정제 과정이 남긴 결과물

더 뉴 그랜저는 2022년 출시된 7세대 모델의 골조를 유지하면서도, 약 3년 5개월 동안 디자인의 선과 내부의 기능을 정교하게 다듬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장은 15mm 늘어났고, 실내에서는 물리 버튼들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정제’입니다. 과시적인 장식을 덜어내고 선의 비례를 맞추는 데 15mm를 쓰고, 사용자의 손을 번거롭게 하던 레버를 지우는 데 디지털 기술을 쏟았습니다. 5월 13일까지 진행되는 ‘얼리 패스’ 이벤트를 거쳐 곧 도로 위에서 마주하게 될 이 차량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던 그랜저의 문법을 가장 현대적이고 담백한 방식으로 번역해낸 결과물로 기록될 것입니다.



Editor's Note

더 뉴 그랜저의 변화를 살피다 보면, 현대자동차가 이 차를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닌 ‘머무는 공간’으로 재정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날카로운 샤크 노즈가 가르는 공기의 흐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디지털로 통제되는 실내에서 사용자가 느끼는 고요함입니다.

15mm의 연장이 가져온 시각적 안정감과 옻칠에서 영감을 얻은 버건디 컬러의 깊이감은, 사양표의 숫자가 설명해주지 못하는 이 차의 진짜 매력입니다. 화려한 수사보다는 실제 앉았을 때 느껴지는 여백과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달되는 매끄러운 인터페이스가 이 차의 성격을 가장 잘 말해줄 것입니다.




Image.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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